Travel Column 고품격 여행의 명가

이기승 칼럼 Travel Column

미식가(美食家) 모시기

· 작성자李基承 · 등록일2018-07-30 · 조회219

상미회 회원 연령층은 보릿고개라는 단어에 익숙하다. 젊은 시절 모든 정열을 일에만 쏟아붓느라 미식(gastronomy)을 비롯한 문화생활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 때 미식가(Gourmet)라 하면 식도락가 정도의 이미지였다. 그래도 尙美會는 高 품격 親 문화의 여행동호인들로 출범된 여행 클럽인 만큼 음식 사랑이 만만치 않았다. 지난 10년간 필자는 유럽 여행 시 실명(實名) 설문조사를 통해 신청자의 선호 식당을 파악하여 왔다. “현지인에게 인기 높은 전통음식점” 이 90% 이상이고 “며칠에 한 번은 아시아계 식당”을 찾는 분들은 3% 이내이었다. 소속 연령층에 비해 엄청난 미식 성향이 확인된 셈이다.

미식에도 여러 분야가 있다. 음악도 대중가요에서 클래식까지 여러 장르가 있듯이 미식도 길거리 음식(Street Food)에서 파인 다이닝(Fine Dining) 사이에 다양한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상미회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세련된 파인 다이닝 만찬이었다.

종래 가스트로노미는 프랑스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으나, 2000년대로 넘어서면서 가스트로노미의 중심이 다원화되고 있다. 스페인의 페란 아드리아, 덴마크의 르네 레드제피 등 자국 식문화 전통을 살리면서 새로운 미각을 추구하는 거장들이 속출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특히 많은 창조적인 셰프들이 배출되며 2003년 NY Times는 “西歐 가스트로노미의 패권은 이제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갔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유럽에서는 어떠한 국가를 방문해도 파인 다이닝을 즐길 선택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필자는 여행 준비 시간의 3분의 2정도를 먹거리 찾기에 투입한다. 여행마다 보수정통의 미셸랑 스타 레스트랑 몇 곳과 유망 신예 셰프들의 신장개업 장소를 배합하며 8~9일의 식사 일정을 완성한다. 그런데 超 인기 음식점은 항상 甲이고 나는 乙이다. 5개월 전부터 리서치 및 예약 문의를 시작하여 수없이 단체 손님 사절(謝絶) 답신을 받아가며 3개월 전까지 음식점 수배를 마친다. 그 후 메뉴 협의하고 인원 재확인 후 예약금까지 보내자면 출발일까지 음식점당 2~30통의 이메일이 오간다. 이렇게 노력해도 여행단의 입맛을 함께 만족시키기가 힘들다.
   
맛이라고 하는 것이 원래 주관적이며, 미식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맛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성비 높은 음식을 찾는 사람도 있다. 요리 기술을 중시하는 사람도 있고, 식재료에 치중하는 사람도 있다. 또, 음식 맛 자체 보다 분위기와 서비스에 영향받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미식의 漢字가 맛 味가 아니고 아름다울 美인가?). 처음 접하는 요리를 제 고향 온 듯 즐기는 분이 있는가 하면 식재, 요리 방식, 간 맞추기까지 본인의 기준에 벗어나는 음식엔 손도 안대는 분도 있다.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미식이 있을 수 없다는데 미식 여행의 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도 소득 2만 달러를 넘기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음식에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제는 미식가의 이미지도 식생활에 내공을 지닌 음식 애호가로서 친환경 식재와 유기농 와인을 즐기며 문화를 담론하는 보통 사람들로 바뀐 것 같다.

새로 여행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상미회 여행의 식사가 버겁다는 의견도 있어 앞으로는 보다 소박한 맛집 방문을 늘리려 한다. 분위기 투자나 서비스를 간소히 하는 대신 제철, 지역 식재료에 올인하는 맛집들로 프랑스에서는 시장 근처 비스트로(Bistrot), 스페인에서는 타파스 바르(Tapas Bar)나 이태리에서는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 등의 카테고리에 좋은 곳들이 많다. 파인 다이닝 기회를 줄이는 것은 아니고 가끔 끼워 넣던 특색 없는 식당 방문이 없어진다는 이야기이다. 또 Fast food는 절대 사절이다.

이번 11월 16일(23일까지)부터 시작되는 베트남 여행에서는 본격적인 Street Food 미식도 소개해 볼 생각이다.


<尙美會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