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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 코너 Travel Column

일본인들도 부러워하는 JR패스 여행

· 작성자愼鏞碩 · 등록일2013-03-06 · 조회821

일본의 철도여행은 안락하고 편안하다. 철도 여행을 즐기는 필자는 유럽에서 신문사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는 물론 그 후 유럽을 찾을 때마다 가급적 기차 여행을 선호하고 즐겼다. 지금까지 유럽 여행 때 사용했던 유레일 패스만 해도 백여 개가 넘을 것이다. 특히 유럽의 철도 선진국인 프랑스(SNCF)와 독일(DB)의 TGV와 ICE 같은 초고속 열차는 여행시간을 단축해 줄뿐더러 제한된 기간 동안 많은 곳을 들르고 볼 수 있게 해준다.

일본철도(JR)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20여 년 전부터로 기억된다. 그동안 유럽과 미국을 자주 여행하다가 일본의 대도시에 오면 모든 것이 미국이나 유럽을 모방한 것 같이 느꼈던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야마가타(山形), 이와테(岩手), 아키타(秋田), 아오모리(靑森) 등 동북지방 4개 현(縣)을 여행하면서 과거의 전통과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일본의 매력과 저력을 발견했다. 그 후 일본의 47개에 달하는 도(都)·도(道)·부(府)·현(縣)을 모두 찾아보겠다고 결심하고 시간이 나는 대로 JR 패스를 구입해 일본 열도 탐방에 나섰다. 전국 구석구석까지 철도망으로 연결된 일본의 47개 행정구역을 모두 찾는데는 10여 년이 걸렸다. 지금도 일본 친구들과 만나 JR 패스로의 일본 탐방 이야기를 하면 모두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과 함께 부러움을 나타낸다. 시간도 문제지만 철도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일본에서 47개 행정구역 모두를 탐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2012년 초 尙美會 길잡이들과의 일본 여행은 때마침 완공된 규슈 남단의 가고시마(鹿兒島)로부터 혼슈 최북단의 아오모리(靑森)까지 장장 2,000km에 달하는 신칸센을 JR 일등패스로 완주하는 일정이었다. 초고속으로 달리는 쾌적한 신칸센 일등석(일본에서는 그린석으로 부른다)에서 차창으로 펼쳐지는 일본 열도의 아기자기한 풍광을 보며 맛있는 도시락으로 요기하는 것은 기차 여행의 즐거움이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처음 개통된 오사카-도쿄 간의 신칸센 이후 47년 만에 완공된 신칸센 JR 패스를 이용한 尙美會의 일본 여행은 이 같은 배경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JR 일등석패스로의 일본 일주여행 기획이 지난해 尙美會 회보에 발표된 후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기차 여행의 특성상 참가인원을 12명으로 제한하면서 비용은 3백만 원대여서 과연 신청자들이 있을까 생각했지만 우려였음이 드러났다. 50여명 이상의 신청이 몰려서 尙美會에서는 4개 팀으로 나누어 출발하는 편법으로 JR 패스 여행을 마쳤고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어느 여행보다도 높았다.

금년 초 첫 번째 JR 패스 일본 여행은 1월 30일부터 2월 5일까지 작년 일정과 비슷하게 7일 동안 진행되었다. 기차 여행을 좋아하는 필자는 길잡이 역할을 자청해 14명의 일행과 가고시마-오카야마-도쿄-아오모리-아키타-세나미 온천-와쿠라 온천으로 연결되는 여행에 즐거운 마음으로 안내역을 맡았다. 세나미 온천에서는 이타가키 지배인이 작년에 조갑제 대표가 방에 잊고 갔던 5천 엔짜리 지폐 2장을 보관하고 있었고, 와쿠라 온천에서는 부대진 회장이 놓고 간 기천 엔이 될법한 동전이 가득 찬 고급 지갑을 보관하고 있었다. 한국으로 즉시 보내지 않고 가지고 있었냐는 물음에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尙美會에서 다시 이곳을 찾을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었다. 10여년 가까이 단골로 다니던 온천 여관의 정직과 신뢰가 가슴에 와 닿았다. 두 여관을 떠나면서 의도적으로 방에다 책갈피에 5천 엔짜리 지폐를 놓고 왔다. 가까운 시일 내에 JR패스로 그곳을 다시 찾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그 지폐를 보관하고 있을 확신이 있었다.

<尙美會 이사>

愼鏞碩
⊙ 서울고·서울대·서울대 신문대학원 수료
⊙ 조선일보 파리 특파원·국제부장·사회부장·논설위원
⊙ 관훈클럽 총무·한국인권재단 이사장 역임
⊙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 대외협력위원장
⊙ 인천개항박물관 명예관장